중고등학교 시기는 아이가 단순히 주어진 공부를 수행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수립하며, 그에 맞게 학습을 조절해나가는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길러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는 단지 성적 향상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중요한 역량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많은 학부모님들께서 자녀가 자기주도 학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걱정하거나, “공부 좀 해라”는 잔소리를 반복하다가 갈등을 겪기도 하십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기주도 학습이 갑자기 습득되는 능력이 아니라는 점이며, 부모의 격려와 환경 조성, 그리고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태도가 함께할 때에야 비로소 자연스럽게 자라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글에서는 자기주도 학습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부모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자녀를 도와줄 수 있을지 세 가지 측면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자기주도 학습의 핵심은 ‘동기’와 ‘목표’입니다
자기주도 학습은 단순히 “스스로 공부한다”는 뜻을 넘어서, 자기 스스로 학습의 목적을 인식하고, 목표를 설정하며, 학습 방법을 선택하고 실행·평가하는 일련의 과정을 포함합니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이 과정을 힘들어하는 이유는, 스스로 동기를 갖기보다는 외부의 압박에 의한 학습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이 도와주셔야 할 첫 번째 역할은 바로 아이 안에 내재된 학습의 동기를 발견하고 키워주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과목을 잘하고 싶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이가 스스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지를 자주 대화하며 함께 탐색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공부 잘해야 좋은 대학 간다”는 식의 외재적 동기보다는, “이 과목을 잘하면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너한테 이게 왜 의미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져 아이가 자기만의 이유를 찾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또한 현실적인 단기 목표부터 수립하는 연습을 함께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예컨대, “이번 주에는 수학 문제집 몇 쪽을 끝내보자”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었을 때에는 부모가 진심으로 칭찬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자신감과 주도성을 얻게 됩니다.
부모는 조력자이며 ‘감독자’가 아닙니다
많은 부모님들께서 자녀의 학습 상황을 꼼꼼히 챙기려는 마음에서 공부 시간, 과목 순서, 문제 풀이 방식까지 통제하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오히려 아이의 자율성을 해치고, 자기주도 학습 능력 발달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 학습의 감독자가 아니라,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한 조력자가 되어야 합니다. 조력자로서의 역할은 다음과 같습니다:
환경을 정리해주는 것: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조용한 공간, 휴대폰 제한 등)을 마련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루틴을 함께 만들기: 규칙적인 학습 루틴이 자기주도성을 기르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아침 기상 시간, 공부 시작 시간, 쉬는 시간 등을 아이와 함께 정해보는 것도 좋은 접근입니다.
질문을 던져주는 것: "오늘 어떤 공부할 계획이야?", "도움 필요한 부분은 없었어?" 등 직접적인 통제보다, 아이가 스스로 계획과 학습을 점검하게끔 도와주는 질문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또한, 부모는 아이의 실패나 좌절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지지대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실수나 부족한 결과에 대한 비난보다는, “이번에는 힘들었지만 다음엔 다르게 해볼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아이가 다시 시도해볼 용기를 가지게 만듭니다.
꾸준함을 위한 ‘습관 만들기’와 ‘자기 점검’ 훈련
자기주도 학습은 일시적인 열정이 아닌 지속 가능한 학습 습관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부모가 도울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 중 하나는, 자기 점검 루틴을 만드는 것입니다.
하루를 마친 뒤 자녀와 함께 “오늘 공부 중 어떤 부분은 잘했고, 어떤 부분은 어려웠는지”를 이야기 나눠보거나, 간단한 학습 일지를 작성하도록 유도하면 자기 성찰 능력이 길러집니다. 이 과정은 아이가 ‘공부’라는 행동을 스스로 평가하고 개선하는 힘을 기르게 해주며, 자기주도성의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또한 아이에게 맞는 학습 습관을 정착시키기 위해 작은 성공의 경험을 반복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하루에 4~5시간 집중하는 것은 무리이므로, 짧게는 25분 공부하고 5분 쉬는 ‘포모도로 기법’ 등을 활용해 점진적으로 학습 시간을 늘려가는 전략도 효과적입니다.
부모가 할 일은 결과를 조급하게 재촉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함께 응원해주는 것입니다. 공부하는 자세가 흐트러질 때에도 “그만큼 열심히 했다는 뜻이야. 조금만 더 해보자”는 긍정적인 격려는 아이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맺으며
자기주도 학습은 중고등학교 시기에 반드시 길러야 할 중요한 역량입니다. 이 능력은 단순한 공부 습관을 넘어, 자녀가 미래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평생의 자산이 됩니다.
부모의 진정한 역할은 아이를 앞에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함께 걸어가며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자녀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실행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나도록, 오늘부터 한 걸음씩 함께 연습해보시길 바랍니다.
자기주도 학습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능력이 아닙니다. 그러나 부모의 일관된 지지와 관심이 있다면, 아이는 분명히 자기만의 학습 루틴을 만들고 성취감을 통해 성장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