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디지털 리터러시는 ‘특별한 사람들’이 갖춰야 할 능력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모든 사람이, 특히 아이들이 일상 속에서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시대가 되었고,
그만큼 잘못된 정보, 유해한 콘텐츠, 무책임한 소통이 일으키는 문제가 우리의 일상과 교육을 직접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제 디지털 리터러시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기본 소양’입니다.
왜 지금 이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는지,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 제대로 '구별'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 개의 정보를 온라인에서 접합니다. 뉴스 기사, 유튜브 영상, 인스타그램 스토리, 친구들이 공유한 링크들까지. 이 정보들 중 얼마나 많은 것이 사실일까요?
2020년대에 들어서며 세계는 '정보 과잉(Information Overload)'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정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되는 시대인 것이죠.
특히 가짜 뉴스, 조작된 콘텐츠, 인공지능이 만든 허위 정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힘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레몬즙을 마시면 코로나를 예방할 수 있다”는 블로그 글을 읽고 이를 친구에게 공유했다고 해봅시다. 그 정보는 출처가 없고 과학적 근거도 없습니다. 하지만 글이 그럴듯해 보이고, 댓글 반응이 긍정적이면 아이들은 쉽게 믿어버립니다.
이처럼 정보의 신뢰성, 출처, 의도 등을 스스로 분석할 수 있는 힘이 없다면, 우리는 디지털 속에서 ‘수동적인 소비자’가 되고 맙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바로 이 지점에서 핵심 역량이 됩니다.
‘검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보를 평가하고 해석하는 힘입니다.
지금 시대의 문해력은 텍스트 읽기 능력을 넘어서, 디지털 환경 속에서 의미를 해석하고, 그 의미의 진위를 따질 수 있는 능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AI, 알고리즘, 필터버블… 기술은 더 똑똑해졌지만 사람은 더 분리된다
요즘은 우리가 보고 있는 뉴스도, 쇼핑 추천도, 심지어 유튜브 알고리즘도 모두 AI가 정해주는 세계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우리가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점점 기술에 의해 ‘선택된 정보’만 보게 되는 구조가 되고 있죠.
이것이 바로 ‘필터버블(filter bubble)’입니다. 자신에게 유리하고 익숙한 정보만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어, 사고의 폭이 좁아지고, 편향이 심해지는 현상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아무리 똑똑한 학생도 다양한 관점을 접하기 어려워지고,
사회의 공감 능력이나 토론 문화도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즉, 기술은 우리에게 더 편리하고 개인화된 세계를 제공하지만, 그만큼 '생각하지 않게' 만드는 함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이러한 기술적 흐름 속에서 스스로 사고의 주체가 되는 능력을 말합니다.
‘추천된 콘텐츠를 무비판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정보가 나에게 보여졌을까?”, “이 시선은 객관적인가?”를 질문하는 힘입니다.
특히 AI가 만든 텍스트, 이미지, 영상이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는 지금,
그 결과물 뒤에 있는 알고리즘과 의도를 이해하고, 필요하다면 비판할 수 있는 역량은 필수가 되었습니다.
학교 밖 교육과 삶이 디지털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수업’은 낯선 방식이 아니라 교육의 한 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학부모님들은 그 과정에서 우리 아이가 디지털 환경에서 스스로 학습하고, 사고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실감하셨을 겁니다.
예를 들어, 과제를 온라인으로 제출하라고 했을 때 단순히 ‘복사-붙여넣기’로 자료를 채우는 경우.
혹은 줌 수업 중에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다 수업 내용을 거의 흡수하지 못한 경우.
디지털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것과, 그 도구를 통해 배우고 표현하고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은 전혀 다릅니다.
이제는 진학 정보, 입시 대비, 진로 탐색까지 모두 디지털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또한 친구들과의 교류도, 사회적 참여도, 정보 생산도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결국 디지털 리터러시는 단지 공부를 잘하기 위한 능력을 넘어서,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핵심 자산’이 된 것입니다.
가정에서도 이 변화에 맞춘 디지털 감수성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기기를 막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정보를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대화와 지도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이 바로 디지털 리터러시입니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시대의 생존 언어입니다
이제 디지털 리터러시는 단지 ‘교육적 선택’이 아니라,
학생의 삶과 부모의 역할, 그리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기본 역량입니다.
넘쳐나는 정보,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 늘어나는 의사소통의 오류 속에서
우리가 진짜로 지켜야 할 가치는 비판적 사고, 공감, 책임 있는 표현과 행동입니다.
이 모든 것을 품고 있는 것이 바로 ‘디지털 리터러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