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시절은 많은 부모님들에게 ‘입시 전쟁’으로 기억되지만, 아이들에게도 그 시절은 단지 공부만 하는 시간은 아니에요. 사실은 우정도, 추억도,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죠. 그런데 많은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점점 웃음이 줄어들고, 하루하루가 부담과 스트레스로 가득 차게 되는 걸 자주 봅니다.
그렇다면 부모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요? 꼭 대단한 걸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아주 사소한 태도 변화와 말 한마디가 아이의 고등학교 생활을 훨씬 더 즐겁게, 따뜻하게 만들어 줄 수 있어요.
성적보다 ‘오늘’을 먼저 물어보는 부모 되기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아마도 “공부는 잘 돼가니?”, “시험 준비는 어때?”일 거예요. 물론 당연히 궁금하죠. 하지만 이런 질문을 반복하다 보면 자녀는 ‘내가 부모에게는 성적이나 시험 결과로만 평가받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쉬워요.
그래서 작은 변화가 필요해요. 성적이나 진학에 대한 이야기보다 먼저 “오늘 어땠어?”, “학교에서 재밌는 일 있었어?”, “점심은 맛있었어?” 같은 소소한 일상에 대한 질문을 먼저 건네보는 거예요. 이런 질문은 아이가 부모에게 마음을 여는 시작점이 돼요.
사실 고등학교 시절의 하루는 생각보다 치열하거든요. 친구와의 사소한 다툼, 쌓이는 과제, 예상치 못한 성적 부진… 이런 일들이 쌓이면 아이 마음속엔 피로가 가득해지는데, 그걸 꺼낼 곳이 없으면 혼자서 계속 끌어안게 돼요. 부모가 먼저 “힘들진 않았어?” 하고 따뜻하게 물어봐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요.
자녀의 관심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기
부모 눈에는 아이가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오래 보는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이 시간에 공부나 더 하지’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하죠. 하지만 그 관심사를 단순히 시간 낭비라고만 여기면 아이와 점점 멀어질 수 있어요. 오히려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부모가 관심을 보이고, 함께 이야기해주면 자녀는 큰 위로와 지지를 느낍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어떤 유튜버를 좋아한다면 “그 사람 영상은 뭐가 재밌어?”, “그거 나도 한 번 볼까?”라고 묻는 것만으로도 대화가 자연스럽게 시작돼요. 게임이라면 "그 게임에서 뭐가 제일 어려워?" 하고 물어봐도 좋고요.
이런 태도는 단순한 공감 이상이에요. 부모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구나’라는 느낌을 주면, 자녀는 부모를 신뢰하게 되고, 삶을 공유하려는 마음도 커지게 돼요. 자녀가 스스로를 숨기지 않고, ‘즐거운 고등학교 생활’을 꾸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거죠.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은 판단보다 공감 먼저
고등학생 시절의 가장 큰 즐거움은 ‘친구 관계’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만큼 친구와의 갈등도 자주 생기죠. 자녀가 친구 얘기를 하며 힘들어할 때, 부모가 너무 빠르게 판단하거나 조언을 해버리면 아이는 다시 입을 닫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친구가 요즘 나를 피하는 것 같아…”라고 말할 때 “그런 애는 너도 무시해”라든가, “그런 걸로 신경 쓰지 마” 같은 반응은 오히려 아이의 마음을 막아버릴 수 있어요. 이럴 땐 정답을 알려주기보다는 그냥 자녀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게 더 도움이 됩니다.
“그랬구나, 많이 서운했겠다”, “그 상황이면 나도 마음이 복잡했을 것 같아” 같은 말은 아이가 감정을 정리하고, 스스로 해답을 찾게 하는 힘이 돼요. 친구 관계는 결국 아이가 스스로 겪고 성장해야 하는 과정이니까요. 부모는 단지 아이가 넘어지지 않게 옆에서 다정히 손을 내밀어주는 역할을 하면 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격려해주기
고등학생 자녀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 중 하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시험을 망쳤을까봐, 발표를 잘 못할까봐, 친구 앞에서 실수할까봐… 늘 긴장하고 위축되기 쉬운 시기예요.
이때 부모가 “괜찮아, 실수해도 돼. 그게 진짜 배우는 거야”라고 말해주면, 아이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할 수 있어요. 실패를 나무라기보다는 “이번엔 잘 안 됐지만, 그만큼 네가 애썼다는 걸 알아”라고 말해주는 부모의 말 한마디가 아이를 지탱해줍니다.
중요한 건, 부모가 자녀를 있는 그대로 지지해준다는 메시지를 주는 거예요. 점수에 따라 사랑받는 게 아니라는 걸 자녀가 확신하게 될 때, 아이는 그 어떤 실패 앞에서도 꿋꿋하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 힘이 아이의 고등학교 생활을 더욱 건강하고 즐겁게 만들어줄 거예요.
마무리하며
고등학교 시절은 인생의 아주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단지 성적과 진학만을 위해 보내기엔 너무 아까운 시간이죠.
부모가 조금만 더 마음을 열고, 자녀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감정에 귀 기울여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하루는 훨씬 따뜻해질 수 있습니다.
오늘부터라도 자녀에게 “오늘은 어땠어?”, “웃을 일은 있었어?”, “힘든 건 없었어?”라고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부모의 작지만 진심 어린 태도가 자녀의 고등학교 생활을 훨씬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어요. 시험보다 더 중요한 건, 오늘 자녀가 마음 편히 웃을 수 있었는지일지도 모릅니다.